1. 회귀
산은 짖는대로 물을 내보낸다
물은 보낸대로 흘러가고
세상은 물따라 길을 내고
길을 따라 가노라면 결국 산으로
되돌아 오는 것을....
2. 종소리
종소리가 그치고부터
가슴을 울리던 종도
치는이가 없습니다
내 종도 그대의 종도
이제 녹쓸고 더러워
헛간에 빨갛게 놓여 있습니다
종소리가 그립습니다
하루가 마친들에
은은히 퍼지는 종소리...
3. 열매속의 꽃그림
꽃이 피었다 지면
곧 열매가 맺어집니다
열매는
제 속에 꽃그림을 그렸다가
때가되어 바람부는날
다시올 세상의 그림을
또 그렇게 그리겠지요
4. 높은 사람
높은데는 자리가 하나뿐입니다
높은자리는 혼자만 앉습니다
높은사람은 늘 외롭다 합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높은데로만
올라가려 할까요
아마도 사람은 박수를 좋아하는
광대의 후손이기 때문일테지요
높은사람 높은자리 혼자서 외로운이여
낮은데로 내려와 같이 춤을 춥시다
5. 입다물고 하는말
외로운 광야에 겨울을
한 사십번쯤 지낸 꽃은
입다물고도 말할 수 있다
참새처럼 말하지 않고
외가리처럼 톡쏘지 않고
천년을 머금은 학처럼
입다물고 그렇게 날면서
말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