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해변을 따라서 왔다
그 길을 해당화가 따라왔다
어디서 소금내가 빗물에 묻어 왔다
바다가 슬그머니 다가와 내 옷을 잡는다
바다를 비껴 나는 다시 걷는다
다시 한무리로 달려와 내 옷자락을 잡고
매달리는 바다는 어제 내 꿈길까지 따라왔었다
꿈은 칠흑처럼 깊고 어두웠다
수평선을 지나 온 소리들이 내 안에
웅얼웅얼 물방울처럼 맺혔다
나는 또 무수한 언어들이 펄럭이다 흩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바다속으로 빠져드는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웃고 있었다 누구였는지 알수없지만
나는 그의 얼굴을 분명 알고 있었다
해당화는 한참을 따라오다
이제 슬그머니 주저앉는다
나도 그랬다 꽃잎들의 향기가 그립다
소금내를 먹고 더 깊이를 더해가던 향기였는데
해당화는 오래 내 뒤를 따라왔다
뒤쫓아 온 시간들이 꽃처럼 주저 앉는다
바다는 끝없이 이어져 있다
우리는 모두 길위에 있다
길은 넘실거리는 파도의 푸른 혀처럼
그치질 않는다 수평선이 해를 삼키듯
우리를 삼키려 풀무질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길위에 서서
사막의 신기루를 향해가는 여행자처럼
오늘도 바다를 향하여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