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열병에 걸려 온 밤을 뜬 눈으로 세운 다음날
칠순이 넘은 우리 노모는 부랴부랴 옷 보따리 하나만을 챙겨
한 사나흘 앓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앉을 막내딸을 찾으셨다.
땀으로 젖은 머리를 한 올 한 올 쓸어 올리시며
이마에 닿던 서늘한 손
-나 어릴 땐 엄마 손만 닿아도
엄마 손은 약손
엄마 손은 약손
만병통치가 되었는데-
이젠 모진 세월에 風化되어 푸석해 보이고
혈관만 보기 싫게 울툭불툭 솟은
푸성귀 같이 서러운 손이 눈물로 뽀얗게 흐려진다
온갖 그릇들이 은빛으로 새 옷 입고
이불이며 옷가지며 물건들이 먼지를 털곤
제자릴 찾는다
굽은 등으로 밥을 지으시는
어머니의 손바닥 갈라진 틈새로
구수한 밥 냄새가 배어들고
등 푸른 고등어와 사려 깊은 된장국이 상위로 오른다
"아침 저녁으로 손이 부서 싸서 반지 몬하것어야."
애써 벗어 놓은 퉁거운 금반지가
하야말쑥한 손가락에서 헛돌고 있다
주인 잃은 반지 마냥 모정은 내겐 늘 헐겁다
어머닌 삶의 彼岸으로 봄 소풍을 준비하시는 모양이다
며칠간의 단단한 그리움을 뒤로하고
희뿌연 도시의 煤煙 속으로
어머니가 바람같이 사,라,진,다.
해마다 돌아오는 감기처럼 어머니를 맞을 수만 있다면...
억척스런 감기가
버거워질 추억의 한켠을 훔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