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꼬리만큼이나 짧은 봄을 밀쳐내고 있는 빗속을 거슬러 선운사 동백 숲으로 갔습니다 여름을 재촉하는 빗줄기에 봄이 밀리듯 그렇게 그리움을 떨쳐버리고 싶었습니다 미처 다, 피우지 못한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지듯 몸에 다 피지 못한 그리움의 싹마저 털어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돌아서 내려오는 발뒤축을 따라 불어난 도솔천의 급류를 타고 두고 온 붉은 그리움이 따라왔음을 산을 내려온 후에야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