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의 봄
고개 내민 저 산 너머 봄은
지하철 철로를 노릇하게 지져낸다
바다를 건너 온 하얀 자갈들은
어질한 아지랑이에 순간 기절을 한다.
목적지가 불투명한 이방인들은
목적지를 꼽아세는 작은아이 손가락을
허무하게 바라본다
오늘 가녀린 어깨를 뿌리치지 못하고
군살을 지게에 진 엉거주춤한
반백 중년 남자는
자리를 마련하지 못하고
고개숙인 철로에 핀 봄꽃에
시선을 뺏기고
도시풍경이 덧없이 비껴가는 허공사이
간절히 침묵하는 하늘이 된다
곡선승강장이니 조심하라는
금속성 방송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곱추등 만큼 휘인 철길따라
지하철은 휘청이며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