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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고무신


BY 바보시인 2003-01-07

하얀 고무신

글 이향숙


오똑한 콧날이 할머니의 나이와
자꾸 무디어져 가고
할머니의 나이에
하얀 고무신의 나이테도 자꾸 자란다.
손녀 그 나이테를 없애기 위해
짚수세미로 육수 같은
뽀얀 국물이 나올 때 까지
빡빡 문질러 보지만
없어지진 않고 오히려 그 손녀딸의
나이테가 늘어 난다.
댓돌 위에 나란히 세워진
하얀 고무신이 자꾸 쓰러진다.
아, 할머니의 기침소리에
하얀 고무신도 생명력을 잃어 가는구나.
할머니 먼 길 가실 때 손녀는
차마 나이테 많은 그것을 못 드리고
나이테가 없는 새 것을
먼 길 가시는 할머니의 여랑에 넣어 드린다.



*시작노트
요즘 부쩍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납니다.
돌아 가신지는 몇해가 안되었지만
시골에 있는 할머니의 흔적들이 하나 둘 눈에 뜨기 시작 하면서
왠지 자꾸 가슴이 미어집니다.
할머니 살아 생전에 그렇게 썩 좋은 관계는 아니었지만
(아들을 원하는 집안에 딸이 많았기 때문에)
자꾸 그 손길 들이 그리워 지는 것은 아마 이제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얀 고무신....어린시절 할머니의 하얀 고무신을
많이 끌고(커서 신었다기보다) 다녔습니다.
할머니는 참 깔끔하셨기에 제가 끌고 다니면 흙묻을까봐
늘 혼내셨습니다.
제가 여기 저기 끌고 다녀서 그런지 하얀 고무신이 많이
낡았을때 고무신 옆면이 약해져 실금처럼 까만줄(나이테로 표현)이
많이 생기더군요. 전 그것이 저 때문인줄 알고 할머니 혼내실까봐
짚수세미로 문질러 씻었지만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생기더군요. 고무신이 낡아 힘이 없어 댓돌위에
세워주면 자꾸 쓰러지고 쓰러지고 하던 생각이 납니다.
할머니와 함께 나이테가 많아진 고무신...
할머니 저승 가시는길에 차마 그 낡은 고무신을 못 드리고
새로 장만한 하얀 고무신을 드렸습니다.
도시에서는 보기 드물지만 시골장에 한번씩 나가면
하얀 고무신이 비닐 포장지에 담겨 있는것을 보면
왜 그리 가슴이 아린지 모릅니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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