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네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님께서 제 생일을 기억하시든 그렇지 않으시던
아무런 상관없이 생일은 지나 가더이다.
살아 있는 것이 감사한 것이지
일년에 한번 돌아 오는 생일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살아 있으니 생일을 맞을 수 있는 것 이니까요.
태풍이 지나간 자리처럼 가슴에 구멍이 뚫려
바람이 숭숭 거리며 지나 다니고 있습니다.
날이 지나고 달이 가고 해가 또 바뀌면
가슴에 난 자리도 메꾸어 질 것이고
다시 뚫린다 할 지라도 그 것으로 인하여
마음 아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칠 수 없는 편지를 오늘도 씁니다.
님께서 읽으시지 않으 실 지라도
마음으로 받아 보시는 줄 알기 때문입니다.
마흔 다섯의 생일이 올 때쯤엔
마흔넷과는 다른 날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200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