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은 님의 마음을
모자란 마음을 가진 전 오늘도 헤아리지 못하고
투정을 부리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바람은 가을을 몰고 하루가 다르게 내 달려 오는데
하늘은 손 뻗어 만질 수 없을 만큼 높아만 가는데
님께선 아직도 제가 기다리는 곳으로 오실 줄 모르십니다.
가슴엔 유년의 고추 잠자리가 하늘 거리며
오늘도 날개짓 하고, 막바지 월견화가 노오란
꽃잎을 내보이며 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른 가을 비바람이 몰아치고 지나간
대추나무 밑으로 새벽을 달려 갑니다.
푸릇하게 새벽빛이 빛나는 대추나무 밑에서
아직은 덜 영글은 가을을 오늘도 줍고 있습니다.
유년의 초가을에 줍던 반쯤 붉은 대추알을 줍듯이
님의 마음을 주울 수 있다면...
샐샐거리며 흐르는 냇물에 맑갛게 씻은 대나무 바구니에
님의 마음을 대추알 처럼 담아 햇살 드는 양지녘에 놓아두고
햇살에 붉어 가는 대추알을 보 듯 님을 보고 싶습니다.
가을이 익어 가는 것처럼 님의 사랑도 익어 갈지...
조심 스러워 님을 향한 마음을 잠시 접어 봅니다.
제 마음자리 가장 정갈한 곳을 골라
님의 고단하고 지친 마음을 말리고 쉬시라고
자리를 깔아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곳에 햇살도 절 도와 함께 자리를 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