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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행복합니다


BY 후리지아 2002-09-25

언더 락을 한잔 만들었습니다.
독한것이 입으로 들어가 목을 타고 넘어가니
가슴에 청년때의 불덩이가 살아 나는 것만 같습니다.

제 슬픔이 무엇인지, 제 고민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가 바람을 쐬자고 합니다.
양수리 강가에 갈대가 피어오르고, 부들이 자라고
억새가 머리 풀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붕어찜을 배부르게 먹여 주고, 강을 따라 드라이브까지...

어둔 하늘이 내려 앉아 밤 맞을 준비를 하고
초승달이 기생처럼 선 웃음을 흘리고 있습니다.
초승달 곁으로 하나, 둘...별들이 길을 만들고
모두 잠들 깊은 밤 잔치 준비를 합니다.

님께선...선잠깬 아이처럼 놀랜 가슴으로
절 걱정 하시는 것은 아닐까 염려가 되었지요.
님께서 살고 계신 하늘에도 초승달이, 별들이
놀고 있을까... 궁금해 졌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님께 안부조차 여쭐 수가 없음을 생각해 내고서야
바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바보라는 것을...

언더 락을 한잔 만들었지요.
오지 않는 잠을 청하기 위하여, 독하디 독한
위스키를 따르고 정화시키기 위하여 얼음을 넣습니다.
'이것이 마지막 편지가 될지라도 사랑 하였음에
행복 하였노라' 라고 말한 유치환 님의 행복을
생각하게 하는 깊은 밤입니다. 아니! 새벽입니다.

님을 사랑할 수 있도록 허락하심은 진정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