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즈막한 언덕으로 좁다란 길을 따라
그리움의 가족이 있었네.
칠이 벗겨진 파란 대문은
내 아버지의 닳은 구두와도 같고
유난히 투정이 심했던 아이는
갈래머리의 노란 고무줄이 그렇게 싫었었는데......
해를 닮아라
별을 간직해라
서툰 이상을 쫓아서 세상의 빛이 되고자
붉은 허망을 품고 다녔지만
내 가족의 허기도 구하지 못하였다네.
그 길을 기억은 할까나
이층 다락에 피어나던
젊은 날의 비릿한 애상은
이제 누구의 물줄기를 기다리고 있을지.....
후각을 마비시키던
연탄의 황홀한 너울거림이
그 길에
그 구름으로 피어 오르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