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풍경
앞산 진달래 얼굴 붉히면
소풍 가자며 애태우던 소녀야!
개울가 집 짓는 피라미 잡아
고무신 돛 내리고
햇살에 곁눈질하며
풀피리 불던 소년이여!
일년 농사치 논밭에
큰 고랑 내게 하시고
꿈에 씨앗 뿌리며
괭이질 하던
높고도 넓은 하늘엔
깔깔대던 웃음이
뭉게 구름되어 춤을 춘다.
흙먼지 날리 우는 신작로 위에
재잘이던 옛 이야기는
싸리꽃 되어 피어오르고
어디선가 조름 깨우는
빨간 우체부 오토바이 소리에
파란 꿈 실었던 그들은
객지로 떠나고
우뚝 선 기와집엔
바람만 헝클어져 나뒹굴고
어머니는 개 짖는 섬돌에 올라
오늘도 서쪽녘 걸린 해를
쓸쓸히 가슴에 끌어 안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