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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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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앞에서


BY 얀~ 2002-07-06

밥상앞에서


밤참이 되어버린 늦은 저녁 밥상
오징어 국이 눈물 바다로
김치가 미쳤고
거부하는 밥상을 앞에두고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면 밥이 되고 반찬이 된다

한잔은 남편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한잔은 나를 위로하기 위해
한잔은 잘 견디자고

봇물 터지는 말을 찰랑대는 술에 익사시키고
암울까지 사랑해야
온전한 사랑임을 밥상에서 배운다

당신이 문득 던진
'노력의 기미가 안보인다'는 말
밥상앞에서 지치고 외롭고

상을 받는 기분이아니라
움추려드는 밥상,
종종거리며 챙겨도 늘쌍 밥상앞에서는
당당하지 못하고
조기를 구워 올리면
'노력의 기미가 안보인다'는 말이 씹혀
지글지글 내 살이 타는 듯하여 구토가 일고

나의 술잔은 힘겨움 알지
나의 술잔은 입속에 남아있는 피비릿내를 알지
나의 술잔은 밤을 기다리지
나의 술잔은 세번 입맞춤에 처절함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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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학


밤참이 되어버린 늦은 저녁 밥상
오징어 국이 눈물 바다로
신김치가 미쳤고
검은 김이 젖어들고
거부하는 밥상을 앞에두고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면 밥이 되고 반찬이 된다

한잔은 남편에 대한 슬픔을 잠재우기 위해 마시고
한잔은 그런 나를 위로하기 위해 마시고
한잔은 하루 잘 견뎌냈다고 마시고

봇물 터지듯 밀려나는 말을 찰랑대는 술에 익사시키고
원망보다는 암울까지 사랑해야
온전한 사랑임을 밥상에서 배운다

당신이 던진 말 '노력의 기미가 안보인다'는
밥상앞에서 지치기도하고 외롭기도하고
밥상철학을 배운다

늘상 밥상앞에서 상을 받는 기분이아니라
움추려드는 생활,
장사하며, 애들 둘 학원으로
종종거리며 챙겨도 늘쌍 밥상앞에서는
당당하지 못하고
밥상에 조기를 구워 올리면
지글지글 내 살이 타듯 구토가 일고
밥상을 차리면서부터
기름진 밥상에
말은 줄어들고 술잔만 바라본다

생신, 제사, 추석,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