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편지가 쓰고 싶어. 그건 봄을 앓고 있는 병 때문에 그 병을 주체할 수 없어 편지가 쓰고 싶은거야. 뜰에 함초롬이 핀 제비꽃 무더기를 보며 답장을 기다리고 드나들때마다 우편함을 열어보게 되는 봄. 그 설레이는 봄이 꽃잎과 함께 날아가... 제비꽃 옆에 서면 너무 아름다워서 슬픈, 그래서 가던길을 멈춰서서 뜰안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거야. 지난날의 봄도 지금처럼 찬란했는지 지난날의 추억도 지금처럼 한들거리는지... 무심히 떠나가는 봄. 말없이 멀어져 간 너. 내가 널 얼마나 사랑스러하는지 내가 널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너에게 편지가 쓰고 싶어. 우리가 좋아하던 제비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다고... 너 떠난 그 뜰가에도 제비꽃이 피어 난거지? 내 편지를 반가이 받아주고 답장 써 주겠니? 봄이면 괜스레 쓰고 싶은 편지. 맨날 보고싶은 너... 네가 먼저 떠났는데 내가 먼저 보고싶어. 넌 답장을 쓰지 않는데 내가 먼저 편지가 쓰고 싶어. 봄은 무심히 떠나 가는데 제비꽃은 무더기로 피어 난거야. 무심한 너와 봄은 닮았어. 그래도 맨날 보고싶은 너. 잡고 싶은 봄. 쓰고 싶은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