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맘때쯤이였어요.
한 통이 편지가 날 찾아왔을 때가
아마도 이맘때쯤이였지요.
오랜 기억을 되살려
우린 다시 편지를 썼고
오랜 사랑을 찾아
우린 다시 사랑의 시를 적었어요.
처음으로 그 사람의 손을 잡았던 날.
5월이 마악 사그러지던 숲길이였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우린 손 한번 잡기가 오랜 새월이 흐르고 흘러
팽팽한 젊음이 막 지던 나이였다니...
꽃을 좋아해서 꽃순이라 불리던 내게
산을 좋아해 산사람이라 부르던 내게
꽃의 핌과
꽃의 짐과
열매를 맺어 씨앗을 받아 냄을 손수 보여주던 자상함.
그랬었는데...
다시는 그 사람 이름을 부를 수 없습니다.
멀어서 까마득히 멀어져가서 두번 다시는 찾을 수 없답니다.
그래도,꽃은 다시 피어났습니다.
아침나절에도 점심나절에도 꽃은 피어
한두번씩 그를 기억하게 합니다.
꽃이 진다해도 그 꽃의 고움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 떠났다해도 그 사람의 꼼꼼함이 남아 있습니다.
다시 꽃이 마구마구 피는 봄이라는 계절입니다.
다시 숲길을 손잡고 걷고 싶습니다.
지금 내게 아침인사를 하고
점심 때를 챙겨주고
외로운 밤을 지켜주는 그대가 내겐 새로운 봄입니다.
그대가 내겐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고운 꽃입니다.
멍이 들어 시든 꽃은
서러움 고달픔 외로움이였다면...
몽우리로 기다리고 있는 꽃이
오늘 내겐 소중하고,
내겐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