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청바지에 맨발이 좋아요
의미를 부여하는
무거운 반지는 던져 버리고
바람 좋은 날에는
머리카락을 풀어 헤치고
햇살 따가워 거추장스러운 날에는
손으로 얼기 설기 올려 묶어 버리면 그만이죠
표정을 알아 볼 수 없는 화장은 지워 버릴래요
알아 들을 수 없는 언어도 멈출래요
멍울같은 거
습한 곰팡내를 피우는 독백같은 거
빨래줄에 가지런히 널어 놓고
맨발로 떠날래요
내 몸을 조이는 속옷일랑 벗어 던지고
속살이 조금 보이면 어때요
찢어진 청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면 족해요
의지하려는 마음을 만드는
당신의 자동차는 사양할래요
내 주머니를 털어 살 수 있는
밝은 색의 자전거면 족해요
구차한 짐을 꾸려 담을까봐
베낭도 놓고 갈래요
인사치레 잘 다녀오라는 말 듣기 싫어
말없이 갈래요
맨발로 갈래요
빈가슴으로 갈래요
기억을 주워 담을 수 없는
트렁크가 없는 자전거로 갈래요
찢어진 청바지에 맨발이 좋아요
의미를 부여하는
무거운 반지라면 사양할래요
바람 좋은 날에는
머리카락을 풀어 헤치고
햇살 따가워 거추장스러운 날에는
손으로 얼기 설기 올려 묶어 버리면 그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