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77

맨발로 떠나요


BY poem1001 2002-03-09

맨발로 떠나요


     찢어진 청바지에 맨발이 좋아요
     의미를 부여하는
     무거운 반지는 던져 버리고
     바람 좋은 날에는
     머리카락을 풀어 헤치고
     햇살 따가워 거추장스러운 날에는
     손으로 얼기 설기 올려 묶어 버리면 그만이죠



     표정을 알아 볼 수 없는 화장은 지워 버릴래요
     알아 들을 수 없는 언어도 멈출래요
     멍울같은 거
     습한 곰팡내를 피우는 독백같은 거
     빨래줄에 가지런히 널어 놓고



     맨발로 떠날래요
     내 몸을 조이는 속옷일랑 벗어 던지고
     속살이 조금 보이면 어때요
     찢어진 청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면 족해요



     의지하려는 마음을 만드는
     당신의 자동차는 사양할래요
     내 주머니를 털어 살 수 있는 
     밝은 색의 자전거면 족해요



     구차한 짐을 꾸려 담을까봐
     베낭도 놓고 갈래요
     인사치레 잘 다녀오라는 말 듣기 싫어
     말없이 갈래요



     맨발로 갈래요
     빈가슴으로 갈래요
     기억을 주워 담을 수 없는
     트렁크가 없는 자전거로 갈래요



     찢어진 청바지에 맨발이 좋아요
     의미를 부여하는
     무거운 반지라면 사양할래요
     바람 좋은 날에는
     머리카락을 풀어 헤치고
     햇살 따가워 거추장스러운 날에는
     손으로 얼기 설기 올려 묶어 버리면 그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