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음이 남긴 매운 향처럼
그리운 시간들이 난무하며
먼지처럼 일어서는 밤입니다
들을 수 없는 그대에게
겹겹이 쌓아 놓은 마음을 풀어
긴 강처럼 흐르게 하겠습니다
검푸름 밝혀 오는 여명이
아침을 흔들어 깨우지만
그대만큼 날 기쁘게 하지 못합니다
흙담 넘어서는 붉은 황혼이
우울하게 어둠에 잠겨 가지만
그대만큼 날 슬프게 하지 못합니다
하얀빛 부서지는 눈밭에서
마음 터지는 감동을 받듯이
그대를 향한 마음이 그랬습니다
사랑의 결박으로
접히는 날개라도 참 행복하여
기쁘게 땅위에 살았습니다
다시 밝아 질 아침이 멀지 않습니다
그대 그리는 기억이
날마다 싱그러운 꽃처럼 피어나고
이마의 땀을 서로의 손으로 훔쳐주던
우리의 깊은 고뇌와 사랑을 기억하며
내 푸른 강을 흐르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