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쓰기--
염원정
등을 밝히고도
내 등짝을 볼 수 없이 막막했던 한 때
고해와 참회를 해도
눈물샘 막힌 눈은 건조함을 호소할 뿐
오뉴월 장마철에
온 세상이 범람에 범람을 거듭해도
사막 속에 홀로 갖혀 물음표만 이고
몇 해를 거듭
메마른 강줄기를 따라 걷고 또 걷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가부좌를 튼 옹달샘을 만났을 때의 그 경이로움
결국,
그 옹달샘에 목을 추기고
얼굴을 비춰보며
눈 가득 옹당샘을 퍼올리다가
눈물 줄기 어디선가
막힌 샘을 뚫고 나오려고 애쓰는
물소리를 처음 듣던
그 날을 기점으로
심장부터 말초신경까지
바다를 향해 뻗으며
거대한 핏줄을 따라
맥박 하나하나
펄떡거리는
활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