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
염원정
채칼에 무를 썬다 썰린 무는 하나같이 정물이다 벗어나고 싶다 엄지손가락이 자청하고 나섰다 미처 말릴 새도 없이 날카로운 채칼에 덜컹. 엄지는 살을 열고 붉은 색 물감을 쏟아낸다 정물의 이탈은 또 다른 정물로 딱지로 앉을 때까지 추상이다 추상이 일회용 반창고를 붙이고 눈썰매를 탄다 하얀 눈밭에 붉은 눈이 紅鉛처럼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