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날의 기억
그날 우리가
가슴속 한마디 말을 마저하지 못하고
흩어진 소음속에서
그림자를 돌려야했던 이유를
이 세상
그 누구의 탓으로도 돌리지 마십시오
그래도 우리의 기억 속에는
늦가을 낯선 산장에서
서로를 부딪쳐 확인했던
그 씁쓸한 추억이라도 한갈피 남아있지 않습니까
어쩌면 그것은
삼백예순 다섯날쯤 지나고 나면
하얗게 지워져 버릴
그저 어느 하루의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바람부는 날이면 고통을 겪는
내 작고 여윈 그리움을 매만지며
나는 다시 교외선을 타고
잿빛 도시로 떠나겠습니다
시집 < 네안에서 내가 흔들릴 때 : 집사재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