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 커텐을 흔드는 바람
철판을 두들기는 비
움찔 빨려들며, 몸이
곧두막질 친다
짚들의 들쑥 날쑥한 끝
물 방울이 맺히고
맺힌 물방울이 떨어져 땅이 패이고
패인 곳에 물이 고이고
고인 물에 물 방울이 주르르 떨어지고
떨어지는 물이 고인 물과 얼싸 앉으며 출렁이고
출렁이며 번져가는 원들
원이 잔잔해지며 최면에 빠진다
여섯살 나는 세살 아래 남동생과 누워
파리의 동선을 따라
벽으로 천정으로 시선을 준다
몽롱함을 깨는 소리
쿠르르
무너진 방벽으로
동공을 열고 하늘이 들어선다
기차의 울림으로
몸도 따라 부르르 떤다
어느 해 아랫채 이사온
사내아이 하나
누나 따라 놀다가
사고를 당한 철로
흐릿한 아이가
무너진 방벽으로 나타난다
강도에게 목숨을 잃은
친구의 보도가 흙탕물에 술렁인다
딸이 둘인 친구
이혼을 하고
힘들게 살았다는데
살갑게 웃는다
무너진 방벽을 나서며
속내 없이 웃는다
뒤 따라 가면
따뜻한 빛이 쏟아지며
이장된 묘들이 생겨나고
흙에 생매장 당한 느티나무 촉촉히 살아나고
새껌둥이 친구들 비석치기 깡통차기
정신 없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