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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더 사랑하리


BY 바람꽃 2001-08-30



며칠 더 사랑하리



하루하루가 무심히 흘러가듯
이렇게 저렇게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들이
어디 기꺼웠던 일
섭섭했던 마음들 뿐이랴

나를 슬프게 했던
그리고 내가 가슴아파했던 사람도
그렇게그렇게 희미해지고 마는 것을

유년의 소꿉놀이 머슴애
사춘기의 이웃집 미소년
이마가 반듯했던 첫사랑 모두가
이제 그저 스쳐간 바람일 뿐이라면
문득 서글퍼지는 것을

다가오는 날들이 소중한 만큼
멀어져간 날들도 애잔한 것이어늘

나의 깊은 저 한구석
너의 자리를 비워두었다가
유리창에 빗방울이 스치는 날
그때의 그 마음으로
그때의 그 모습을
며칠 더 사랑하리라



시집 < 며칠 더 사랑하리 : 집사재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