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도요아케시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조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69

죽음으로 가는 기차안에서


BY 찻잔 2001-08-20


잘 죽기 위해서
먼저 잘 살아야 한다.

잘 살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먼저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삶의 종착역은 죽음이다.
길어야 팔십,
죽음으로 가는 기차안에서
과연 삶의 무엇을, 어디를 보아야 할까?

무엇이 되려고 먼저 정해놓고 애를 쓰기보다는
지나친 목적의식이나 결과주의에 치우쳐
과정을 무시하고,
그 모든 것에 우선인 사람을 수단으로 만들기보다는

그냥 사심없이 천천히
자연스럽게 수묵화처럼
삶을 내어다 보고 싶다.

무엇을 얻으려고, 가지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그냥 단순하게 "바라봄"의 삶을
나는 추구한다.

그렇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다.
그의 육체를 탐하기보다는
그냥 바라보며 10년을 살아도 좋은 것이다.
권력도 소유가 아니라 존재다.
권력은 무상한 것. 왠 주도권 다툼에 열을 올리는지...

사람은 자연의 일부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단지 자신의 영리함만을 믿고
자만에 찬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숱한 문명병들을 보라.
거기 어디에 사랑이 있는가?
즉석 엔조이 쾌락은 있어도
오랫동안 무르익는 사랑은 없다.
인조인형같은 사랑은 있을지언정
진짜 사랑은 없다.
상품화된 사랑은 있을지언정
진짜는 없다.
진짜가 없으니 진짜같이 모조화된 가짜가
테레비에 나와 사람들 심금을 울린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나는
사람들이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권한다.
거기에서부터 모든 삶이 다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담담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사람들의 욕심이 망가뜨려놓은
이 세상의 모든 추악한 광경들을...
거기에 줄서서 따라가는
이 시대 모든 물신숭배자들과
쾌락주의자들과
알콜중독자들과
권위주의자들과
부도덕한 기업가들과
성형미인들과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유명인사들과
비대화된 속물근성을...

나에게 있어서 성공이란
스스로 자연이 되는 것...
물이 되고
새가 되는 것이다.
그것 이외엔
정말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이런
"바라봄"의 세계가
내게 가져다주는 고요한 평화와 행복은
어설픈 자기합리화가 아닌
진정한 자아실현의 경지임을
아무도 몰라도 좋다.
나만 알고 있으면 된다.
ㅎㅎㅎㅎ

흡족한 웃음이 나온다.
물소리를 듣고
새소리를 듣고
그렇게 살고 싶다.
죽는 날까지...

삶이란 단지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죽음으로 가는 기차안에서
창밖의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나머지는 볼 필요도, 알 필요도 없다.

지독한 화장품냄새가 코를 찌르는 호텔안,
말초신경을 억지로 자극하여 쾌락을 구하려는
남자가 씩씩거리는 노래방안,
자기가 만들어놓은 어색한 가면을 쓰고
자신의 실체가 탄로날까
고통스러워하며 진땀흘리는 유명인사의 불안한 가슴속
어디에
진정한 기쁨이 있을 것인가?
그럴듯한 정치이론을 구상, 실천한다고 말만 앞세우고
행동은 뒤따르지 못하는 이중적 괴로움에 허덕이기보다는
그저 평범한 자연인으로 사는 것이
훨씬 행복할 것이다.

적어도 거기엔 다툼도, 분쟁도, 고통도, 시기와 질투도
없을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