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아름다우려면
먼저
사랑이 아름다워야 한다.
과연 나는 정말
그를 사랑했던 것일까?
단지 사랑이라는 추상적 관념의 이상을 붙들고
혼자 어리석게 발버둥치며, 몸부림치며
이정도 노력이면, 이정도 정성이면
사랑이라고 자랑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사랑으로 가는 길은 너무 멀고
그것은 공허한 추상어가 아닌
구체적인 일상어가 되어야 한다.
아무래도 나는 진실한 사랑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를 해치고 괴롭히고 죽이는 사람과는
끝까지 사랑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무거운 마음의 짐을 함께 지기엔
나도 너무 힘들었으니까...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서는
우리네 사랑이
어느 정도 아름다워야 한다.
적어도 추악한 욕심이
사랑을 앞질러서는 아니된다.
사랑은 욕심 위를 넘어가서는 아니된다.
그러나 문득 이별이 찾아올 때엔
깨끗이 정리하고
가슴을 삭이고
긴 추억의 문을 닫아야 한다.
죽은 자식 나이 세는 것처럼
그렇게 오래도록
창가에 앉아 있을 필요는 없다.
새로운 사랑을 찾는 것도 괜챦으리라
햇빛 가득한 스페인으로 가는 것도
책과 음악을 읽는 것도 좋으리라.
아름다운 이별을 위하여
우리는 우리의 사랑이 진정 아름다웠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