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원했던 것은
오직
아가페적인 사랑이었습니다.
아가페적인 사랑을
실천하고 싶었습니다.
고등학교때
읽었던 "천국의 열쇠'같은 곳에 나오는
헌신적이며 강인한 크리스틴이 좋았습니다.
그런 여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우선 한 남자를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한 남자를 사랑하고 난 후에야
이 세계와 지구를 모두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한 남자를 사랑하는 것처럼
험하고 먼 길은 없더군요.
한 남자의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나무나 큰 고통이었습니다.
특히 결점투성이인 남자를 내 목숨 바쳐가면서 끝까지
사랑한다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나약한 여자일 뿐인 걸요.
하지만 부끄럽지는 않아요.
내 사랑의 이상적인 모습에 닿진 못했어도
닿으려고 힘들게 노력했던 것을
저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답니다.
물론 사랑은 과시도, 자랑도 아니지만...
아무튼
돈이나 명예, 쾌락 따위를 주구했던 것보다는
아름답지 않을까요?
저는 사람들이 잘 추구하지 않는 것을 추구합니다.
진리나
마음의 아름다움이나
아가페적 사랑이나...
하지만 저는 약한 여자이기에
무리한 사랑을 하고 싶진 않아요.
사랑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건
슬픈 일이더군요.
영원히 한 사람만을 죽도록 사랑하고자 했던 저의 헛된 열망도
가혹한 현실 앞에선 수그러 들더군요
그리고 한가지 깨달았습니다.
적어도 열정적 사랑이 극단적 자기희생으로 나타나서는
아니된다는 것을
남녀간의 사랑은 결코 함정이 되어서는 아니되고
밀실에서 둘의 목을 조르는 것이 아니라
광장에 나와 여러 사람과 어울려
서로를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사실을...
사랑의 결과가 어리석은 파멸이라면
그것은 자기의 소중함을 모르는 자아포기이지
사랑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 깨달았습니다.
사랑에 눈이 먼 것이 아니라
자아사랑에 문이 멀었던 것은 아닌지...
과연 사랑은 자기 목숨을 걸 만큼
가치가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