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 비는 아니었다
가늘게 가늘게 젖어 드는 봄비처럼
하루가 다르게 오색으로 물드는 가을 단풍처럼
그렇게 기억되어 가는 모습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더라도 말 되어지는
화려한 몸짓 보이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무수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사람의 냄새를 발견하여 끌려가는
그런 기억. 그런 느낌. 그런 기다림
슬플 때 한마디로 생명의 불길 지펴주는
기쁠 때 은근히 기쁨을 나누어 가지고 싶은
길을 걷다 보면 자꾸만 뒤를 따르는 듯한
잠을 자다 보면 무심결에 곁에서 숨쉬는 듯한
그런 기억. 그런 느낌. 그런 기다림
까치의 지저귐을 반갑게 기다린 것처럼
잊었던 그리움을 되찾은 기쁨처럼
어린 시절 동심을 깨워주는 옛 친구의 소식을 받은 것처럼
언제나 기억의 저편에서 행복의 미소 머금게 하는
아침나절에도 점심나절에도 석양 속에서도 변함없이 다가서는
그런 기억. 그런 느낌. 그런 기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