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가늘게 오래 오래
메마른 그리움을
적셔줄 수 있다면
강열한 빛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나즉히 멀리 멀리
그리운 사랑을
밝혀줄 수 있다면
옷을 금새 적시고
이내 사라져 버리는
소낙비보다
온갖 벌레를 불러모으는
한밤의 밝은 불빛보다
한 모금의 물이 그리운 이에게
이슬이 되어
길잃은 방황하는 이에게
반딧불 되어
그렇게 젖어들고
그렇게 피어날 수
있다면 행복하겠지요
소낙비가 아닌 가랑비로
강열한 빛이 아닌 반딧불로
그대가 알 수 없는 시간에
그대곁에 다가서서
아무도 모르게 그대를
지켜내고 싶습니다
매날을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잠시나마 그대곁에 서서
그대의 행복한 호흡을
느낄 수 있다면
소낙비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강열한 빛이 아니라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