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사이 .
법정 스님의 책'봄 여름 가을 겨울'을 읽고 있어.
한 줄 한 줄 아껴가며 읽었고,
한 쪽 한 쪽 채울 때마다 내 마음이 차분해졌고,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내 속뜰을 비워낼 수 있었어.
너를 향한 잡다한 기억들을 가지치기도 하면서
내 안에 묻은 먼지와 때까지도 말끔히 씻겨지는 것 같았어.
자연의 들고 남의 질서속에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나뭇잎이 떨어지고 꽃이 피듯...
너와 나의 인연의 거슬림속이 새삼스레 허무한 짓거리로 느껴졌어.
난 이제까지도 네가 떠난 속뜻을 알 수 없어
잘못했다는 말도없이 떠난 너의 뒤안길은 무엇인지...
토담에 둘러싸인 간소한 초옥 .
초옥사이로 대추꽃이 피고 앵두가 익어가면,
가난하지만 결코 가난하게 보이지 않는 삶.
그랬었어.
산골에 초가집 짓고 들꽃 심어 놓고
욕심없이 살고 싶었어.
세상에 순응하지 않고 거슬러 올랐던 하늘의 댓가는 혹독했지.
난 받을 만큼 받았어.
가정도 무너지고 세상도 내게서 돌아눕고,
가지고 있던 물질도 바닥이 보여.
네가 돌아선 그 길엔 많은 남음이 있을거야
나 하나를 버림으로해서 넌 많은 걸 추수릴 수 있었지.
맞아 그랬어.
원망했었어.
증오했었고,
물론 복수하고 싶었지...
그러나...
너를 보내고 홀로 있어서 당당해질 수 있었어
자연처럼 잔잔한 여백이 보였고,
무엇엔가 그지없이 감사드리고 싶어졌어
이제 보낼께
잘가라는 인사는 못하겠어.
...안녕...이말밖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