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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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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실 청소를 하며*


BY 금빛 누리 2001-07-03



크고 작은 두개의 욕실을
락스에 옥시크린 회석해
무심한 세월 닦듯
아직껏 다 못한 숙제하듯
이마 위로 흘러 내리는 슬픔가닥
손등으로 쓸어 올리며
억새풀 몸 눕히는 가을 들길 걷듯
그렇게 오랫 동안 욕실 청소를 한다.

구석진 곳
털어버리지 못한 미움으로
엉켜 있는 머리카락
용렬함과 부끄러움으로 싹 틔운 곰팡이
대형 거울의 상처 깊은 얼룩
샤워기 세찬 물줄기로 다 씻어내어도
무언가 남은게 있어
다시 락스 냄새 풍기며
팔 아프게 빡빡 문질러 씻는다.

거울이 투명해지고
벽이 반짝거리고
물방울 미끄럼 타는 바닥
무얼까? 아직도 씻어내지 못한것은?

비우고, 버리고, 씻어내도 남아 있는
작은 상채기 하나
저 혼자 핏물 베어 욕실벽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