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야기- 하나
흐린날이면 한강으로 나간다
계단을 내려가 강가를 거닐며
먼 곳으로 시선을 둔다
하늘아래 걸린 빌딩들도
스모그속에 아스라이 멀어지고
작은 존재가 되어
따라 오는 발자국 소리...
먼 기억의 저편으로 가지 못하는
현실은 강을 건너지 못한다
가끔 떠 있는 물고기 시체
그리고
생명을 줏어 올리려는 낚시군들
현실의 무게를 뒤로 하고
걷는 발걸음은 한강위에 떠 있다
흐린 날이면
사람들 흔적 사라진 시간이면
한강은 자신의 숨소릴 들려준다
강 내음을 맡으며
기억 저편에 자리한
건너지 못한 강 저편에 자리한
그 옛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프다고 결코 말하지 않았지만
깊은 멍으로 남은
그래서 가슴이 아픈 이야기와
토해내는 한 숨처럼
다가와 마음 적시는 바람의 숨결
그 숨소리속에 머물기 위해
흐린날이면 난,
한강으로 나간다
200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