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는 곳은 밝게 빛나고
내 어둔 밤길도 따뜻하게 비춰주었기에
나, 돌아보지 않고도 쳐다보지 않고도
춤추듯 이 길을 걸었습니다.
비내리는 오늘..
마음속엔 이미 빛잃은 해 하나 걸어둔채로
손바닥에서 물이 흐르듯 하루가 지났습니다..
하루가 지니더니 한해가 지났군요.
분주한 일상의 차창으로 지나는 이 봄의 나무는
눈이부시게 서러운 눈물과 함께 서 있는데
말도 없이 체념의 나락으로 흐르는 마음은
누구의 탓이라고 속절없이 이야기할까요.
시간의 바늘을 뒤로 돌리며
나, 너를 만나 불행했다고
입술을 깨물어 고여오는 핏물을 뱉고
빛도 뜨거움도 상실한 해를 묻습니다.
어떤 말로도 너의 무운을 빌수없어진
내 식어버린 마음을 이젠
놓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