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낡은 작업복속엔
철저하게 말라버린
낡은 육신이 버티고 있다.
노동으로 길게 숙련된
애처로운 육신이
고즈넉하게 있다.
신선한 새벽공기를마시고
이른 새벽에 떠나는
긴 노동의 출발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여
철저히 그 삶을 지켜
결국에야
무엇이곤 얻으려던 긴 희망도
한풀 꺽기고
남은 것은 가난과 무지
그리고 빈 가슴뿐이었다.
스물몇살에는
항구에 가서 방황을 하고
서른 몇 살에는 강가에 가서
조용히 낚시하던 손을
마흔결에 낳은 자식놈땜에
아버지의 낡은 작업복의
낡은 육신..
그리고 노동으로
일관하던 그 손..
누구도 환대하지 않는 그손
아
그러나
나만은
빈가슴에 포옹하고 싶다
아버지의 낡은 작업복속엔
철저하게 말라 버린
낡은 육신이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