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붑니다. 어제까지의 그 작열하던 태양빛은 어느 누군가의 슬픔속에 묻혀버리었나... . . 초록잎새들이 가만히 몸을 떱니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진 바람이련가.. 혹여... 그 바람속에 그대소식 묻어있나 가만히...가만히... 바람속에 서 있어 봅니다. 어디에도.. 그 어디에도.. 그리운 소식은. 간절한 소식은 찾을 수 없고 쓸쓸한 마음에 외면합니다. . . . . 음악을 듣습니다. 어느 한 구절 구절마다 애끓는 마음 쉴곳 없고 그래, 어느 한 순간 가슴 끓이지 않던 시간 내게 있었냐마는... 위안 삼고자 올려놓은 콤펙트디스크엔 참고 있는 울음만 그득합니다. . . . . 커피를 마십니다. 아주 진하게... 은은한 커피향내마저 나를 기억의 저편으로 길을 가라 합니다. 그곳에 무엇이 있기에... 나의 인생 뒤안길에는 무성한 나무들로 뒤덮여진 작은 오솔길 하나 있지요.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언제나 제자리를 맴돌기만 하는.. 기억의 저편.... . . 때늦은 꽃은 아름답고 때늦은 빗방울은 반갑기만 한데.. 나의 이 때늦은 열병은..... . . . . 그래요 그 무엇으로도 치유될 수 없는 불치의 병 혼자 조용히 마지막을 맞이해야 하는... 한번도 소리내지 못하는 가시나무새의 울음처럼.. . . . . 바람이 붑니다. 저 바람에 내 소식을 전합니다. 창가에 초록잎새 파르르 몸을 떨면 조용히 창을 열고 귀 기울여 주세요. 혹시라도, 혹시라도... . . . 바람이 전하는 말 듣거들랑. 이제 소리내어 울어도 좋다고 바람에 꽃은 떨어져도 맺혀있는 열매가 있다고.. 새벽이슬 머금은 수줍은 잎새마냥 살포시 고개를 들라고... . . . 한 겨울 성급하게 피어난 개나리꽃인양 머잖아 올 봄을 조급해 하지 말라고.. 꽃은 지고 또 피어나나니 오늘의 불어오는 저 바람이 어제의 그 바람 아님을 전해주소서 . . 봄이 옵니다. 겨우내 무섭도록 내린 하얀 옷을 갈아입고 겨우내 인고의 세월 보낸 새순들 형형색색 아름드리 꽃들이 만발하듯이 내 지난 겨울도 새순으로 거듭나듯 환한 빛으로 가득차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