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한 듯
온통 잿빛 가득한 하늘
그 속에서 기운이 샘솟는다
너로 인하여
깨끗해 질 수만 있다면
쏟아지는 널 받아 들이고 싶다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은
그 장막에 가려
드러나지 않아 좋고
장막에 가려진 채
틈새에 비추어진 그 모습은
처연한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리라
비 내리는 창가에 서서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찾는다
더 사나워진 빗줄기
찾아내고 싶은 욕망을 비웃듯
더욱 더 거세어 지지만
애써 찾으려 해도
애써 잡으려 해도
그저 감추어져 있을 뿐
비온 뒤의 상큼함을
일깨워주기 위함이겠지
이렇게 굳게 닫고 있음은
기다림에 지쳐
보고픈 마음을
포기하고 돌아서진 않을까
잿빛 하늘을 머리에 이고
무거운 커튼을 가슴에 닫고
오늘도 하루를 견뎌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