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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다 가고싶다.


BY mujige.h 2001-03-01


사랑하다 가고싶다.


이마를 씻으며 달려가는 참 낯익은 바람과
먼 기억까지 막 떠오르게 하는
흐린 하늘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신열의 언어로 부서져 내려 박힌다.

잔 겨울 흐르는 널따란 공간아래
애절한 날들은 굽이쳐 가고
저 만큼에서 낯선 내일이 술렁이며
무대 위에 오를 초조함에 머뭇거린다.

양지에 고인 마른 기억들
잊혀져 증발될 두려움에 떨고 서서
아픈 가슴에 속살을 문질러 대는데
나 어쩌자고 그것조차 힘겨운지.

지고 살아야할 그리운 날들은 산 같은데
여려 터져 버린 가슴은 석류껍질 같아
자꾸 말라 헤지는 입술에 오르는 이름
수없이 삼켜 속만 아프다.

이제 타버린 혈관에 푸른 물기 올리고
누워 앓던 날들을 일으키어 웃게 하고
구차한 문 마저 열어 햇살에 몸을 섞어
다 가지 않은 날들을 사랑하다 가고싶다.

.........벽송...홍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