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단상
아직 더워지지 않은
굳은 땅을 휩쓸고
날리는 마른 먼지들이
문득, 허전하다
뒤돌아 보지도 않고
그 모습 초연한 채,
새로이 단장을 한 여인들이
치맛자락을 휘감으며
소리없이 비어있다
원형의 언덕을 덮으며
말없이 놓여있는
정연한 벤취위론,
마른 낙엽들이 뒹굴고
그 위로
소소히 울리는
성당의 깊은 종 소리가 퍼진다
모르는 사람이
그 적적함이 되어 앉아 있다면,
다가가 무슨 이야기라도 던지련만
늘 비어있는 그곳은
마른 낙엽들과 바람의 휴식처.
해질녁 고요히 깔리는
어둠의 한 공간일뿐.
말이 없고 - 말이 없다
침묵은
밤바다에 걸린 별처럼
반짝이지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저,
웃으면 따라 웃는듯
그렇게
미소지을 뿐이다
수 없이 조각난 하늘이
그리고 마른 낙엽들이
창공에서 방황하며
춤을 추듯 날고 있고
검은빛으로 갈아 입은 하늘은
별꽃의 반짝임을 내려준다
조용한 자유로움에 자리한
적막한 이 공간에
하얗게 페인트칠 된
벤취의 칙칙한 속살이 보여
시선을 올려 드니
머리위로 잠시 머물렀다 가는
하이얀 구름이 적적하다
때론, 그 쓸쓸함의 공간에서
나는, 그 구름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