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대추
빨간 대추가
시장에 나왔다
나 좀 사가라고
길가는 이들의
눈길 한자락 붙잡으려고
잘게 주름진 제 얼굴이며 몸을
비닐봉지밖으로 삐죽 내밀어본다
할아버지가
대추옆에서 동동 발을 구른다
대추 좀 사가라고
겨울바람에 몸을 움츠리고
대추만큼 골진
마른 손으로
무너지는 대추더미를 모으로 모은다
대추 한 무더기가
주인을 만나 봉지째 묶여나가고
대추의 몸값을 기쁘게 받아든
할아버지의 메마른 웃음뒤로
겨울햇살이 허전하다
꼬깃꼬깃
접히고 접혀
물바랜 할아버지의 주머니속에
쑤셔넣어진 천원권 지폐는
오늘저녁 누구의 목구멍에
무엇이 되어 걸릴터이다
파랗고 탱탱하던
대추의 여름날이 다시 오지않듯
패기와 열정으로 빛나던
할아버지의 청년도 자꾸만 멀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