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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적에(4)...선생님


BY aurora-s 2000-09-25

<font size=3 color=blue face=가을체>
<u>나 어릴적에(4)…..선생님</u>

교실의 아이들이 개구쟁이 짓을 하여도
항상 말없이 묵묵히 쳐다보시며
매는 커녕 꾸중 한 번 못하시고선
수줍은 미소만 짓으시던
정 많은 처녀 선생님

도시락 싸 가지고 오셔서
동료 선생님들과의 점심은 뒤로 미룬 채
항상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시며
점심을 거른 아이들을 위해 늘 넉넉히 준비하시어
나눔의 정을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

무더운 어느 여름날
시골 국민학교 교실에선
슬픔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학교 뒤로 흐르는 개울가로 물놀이 가자며
떼를 쓰는 아이들을 뿌리치지 못하고
우루루 많은 아이들을 이끌고

맑은 개울물에 손과 발을 담그며
물장구 치는 아이들과 첨버덩 첨버덩
물속에서 함께 뒹굴던 우리 선생님..

물이 무서워 놀지 못하던
또 다른 몇 명의 아이들이 안스러워
손 잡아주시고 이끌어 주시며
겉옷이 다 젖었건만
우리들 몇 명과 함께 놀아주시던 선생님

놀이 시간이 끝날 무렵
인원 점검이 시작되고…

또 다른 반 아이들과
뒤섞인 아이들을 찾느라 동분서주

그러나…
이일을 어찌하나?
제일 겁 많고 조용했던
한 아이가 보이지 않아

물놀이 나온 모두에게
긴장과 침묵이 시작되었고

깊은 곳으로 아이를 찾아
잠수 하시던 남자 선생님의 손에

머리채를 잡힌 채
새파랗게 변색된
몸이 되어버린 여자아이는
이미 숨을 거두어 시신이 되었다.

미친 듯이 달겨 들어
인공호흡을 해 보았건만
이미 숨진 아이의
목숨을 되돌린 순 없어

휘청거리는 두 다리의
감각도 잊은 채

병원으로 내 달려보지만
눈가엔 하염없는
눈물만 흘리실 뿐...

그렇게 그렇게 장례를 치루었고
그 아이의 엄마는 너무나 큰 슬픔에

정신이 온전치 못하고
먼 곳으로 이사를 가버린 뒤

정이 많아 아이들을
큰 사랑으로 보살펴 주시던
우리 선생님은

며칠 뒤 한 마디의
이별의 말씀도 없으신 채
전근을 가셨다..

아직도 가끔은
그리고 지금도…
선생님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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