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지리멸렬의 능선에서 어뜩비뜩하고 있다. 그제에 이어 일요일인 어제도 장마는 마치 물 폭탄을 쏟아 붓듯 하였다. 얼추 범람의 지경까지를 보이는 대전천을 취재할 요량으로 어제 오전에 거길 찾아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도 장대비는 여전히 그침이 없었다. 빗줄기가 그같이 굵고 보니 길을 가는 행인은 가뭄에 콩 나듯 했고 문을 연 식당 역시도 개점휴업의 현상이 뚜렷했다. 하여간 기왕지사 시작한 장마이니 서둘러 끝을 내든가 아님 한참 지나서 다시 오겠노라는 기별이라도 확실히 하면 그나마 낫겠다.
한데 이도 저도 아닌, 마치 변덕이 죽 끓는 듯 하니 당최 뒷갈망하기조차 난감하다. 어쨌거나 이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나면 다시금 불볕더위는 천하를 접수할 게 틀림없다. 몇 해 전 한여름. 지루했던 장마가 끝나자 웅크리고 있던 무더위가 더욱 발호했다.
견디다 못 한 같은 사무실의 선배님이 피서를 가자고 했다. 장소는 그리 멀지 않은 안영천. 대전천의 발원지인 까닭으로 물이 맑고 수량도 풍성하여 매년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들끓는 곳이다. 선배님은 자신의 친구 둘도 날을 잡아 불렀는데 이따금 우리 사무실에 놀러오곤 했던 이들이었기에 얼굴은 적이 익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선배님의 친구 한 분이 이르길 모처럼 물놀이를 가는 것이니만치 개고기를 사다 끓여먹자는 것이었다. 평소 개고기는 못 먹는다. 아니 기실 엄연히 따지고 보면 '안 먹는다'는 표현이 걸맞다. 왜냐면 개고기를 먹으면 꼭 그렇게 탈이 난 때문이다.
개고기를 안주삼아 만취한 술김으로 말미암아 하수도에 고꾸라져 박힌 적이 있었고 심지어는 하천에 빠져서 그야말로 개고생을 한 전력이 실재한다. 그러니까 이는 한 마디로 개고기를 먹으면 차라리 내가 개가 되는 형국이었다.
이런 연유로 선배님 친구의 '간청'이 마뜩찮았지만 점차로 아예 간절한 하소연으로까지 발전하기에 그로부턴 모른 척 했다. 선배님은 재래시장에 들러 개다리 한 쪽과 기타의 양념류까지를 사서 안영천으로 갔다.
하지만 몇 시간이나 팔팔 끓였음에도 개고기는 당최 익지 않았다. "아니, 뭔 개고기가 이렇게 질겨? 이건 숫제 타이어여!" 결국 근방의 식당에서 삼계탕을 사 먹는 것으로 주린 배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배님 친구는 그예 삶다 삶다 익히지 못 한 개고기를 눈이 벌개서 챙겨 가지고 갔다. "반드시 먹고 말껴!" 후문(後聞)에 따르면 그 양반은 이후로도 사흘 동안이나 더 열심히(!) 그 개고기를 팔팔 끓여 결국엔 기어코 다 먹어치웠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