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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바디\\\'와 싸움질 (1)


BY 꼬마주부 2009-02-24

 

1. 노바디와 싸움질

 

 

밤이다.

10시가 훌쩍 넘었다.

 

조카 재롱잔치는 흥겨웠다. '노바디'에 맞춰 몸을 흔드는 다섯살 앙증맞은 딸들.

황금반짝이는 상의와 미니치마를 입고 어깨를 흔든다.

노출은 원더걸스 이상이다.

엄마 립스틱 바른 빨간 입술들도 섹시하다.

아빠들이 빠돌이(여자 가수의 남자 광팬들)가 되었다.

사랑하는 여자 가수 이름을 부르는 중.고딩 남학생처럼 감격스런 얼굴로 딸들의 이름을 외친다.

다섯살 딸들은 그런 아빠들에게 허리를 흔들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웨이브를 선물한다.

아빠들 눈에서 빛이 난다. 내 딸이 이렇게 깜찍하다니, 원더걸스 소희도 필요없다.

 

저녁 7시에 시작한 재롱잔치는 밤10시가 되서야 끝이났다.

환상이라도 본 듯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아빠들은 공주님들을 품에 안고 뽀뽀하기 바쁘다.

우리 제부도 그랬다.

첫째 아들, 둘째 아들 후 늦게 본 딸, 아무래도 가수를 시켜야 하는 것 같다고

재롱잔치에 참석한 처가집 식구들과 제부의 부모님. 형 가족들에게 진지하게 말한다.

 

가족들은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가겠다고 한다.

제부는 이게 무슨 섭섭한 말씀이냐며, 한사코 밥을 대접하겠다고 한다.

10명이 넘는 대식구들이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근처 식당들은 공주님들을 안고 온 아빠들로 이미 만석이다.

 

차를 타고 24시간 영업하는 큰 규모의 갈비집으로 갔다.

경찰서 맞은 편에 있는 유명한 갈비집.

주차를 하고 식당으로 들어가려는데,

어머나 !!

 

식당 앞 버스정류장 길바닥에 여자 둘이 엉켜있다.

검정 코트를 입은 여자가 베이지색 잠바를 입은 여자를 밑에 깔고

머리를 뜯고 있다.

 

"말려야 하는거 아니예요??"

놀란 내가 소리치며 달려간다.

내 친정 아빠가 달려간다. 제부도 달려간다, 제부의 어머니도 뒤따른다.

친정 아빠가 여자 둘의 옷을 잡으며 이게 무슨 일이냐고, 얼른 손들 놓으라고 말린다.

 

여자 둘은 머리칼을 놓지 않은 채 일어난다. 베이지색 잠바를 입은 여자는 소리를 지른다.

제부는 어쩔 줄 몰라하더니 112에 전화를 하고

나는 검정 코트 입은 여자의 손가락을 편다.

손가락은 꼼짝도 않는다.

 

"이 아줌마들이 ! 뭐하는 거예요 !! 왜 길에서 싸워요 !! 놓고 말해요, 어서 !!"

나는 갑자기 정의감에 불타는 원더우먼처럼 여자 둘의 손가락을 피려고 애쓴다.

먼저 손을 펴는 검정 코트 여자.

 

50살쯤 된 검정 코트 여자와 40살쯤 된 베이지색 잠바를 입은 여자.

둘 다 키는 작았지만, 검정 코트 여자는 어깨가 딱 벌어진 게 싸움깨나 해본 듯 하고

베이지색 잠바 여자는 가느다란 허리에 입만 사납다.

이건 한 눈에 봐도 100년을 싸워봤자 베이지색 잠바 여자는 검정 코트 여자에게

먼저 머리칼을 잡힐 것만 같다.

 

검정 코트 여자는 의기양양하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갈비집 문 앞에 가서 숨을 돌린다.

베이지색 잠바 여자는 억울해서 악다구니를 쓴다.

"저 년이 먼저 내 머리를 잡았다구요 !!! 저 파출부 년이 !!! 저 년은 일 도와주는 일용직 주제에 !!!"
"머리칼 잡는 거랑 파출부랑은 상관없죠, 무슨 일이신데 이렇게 싸우세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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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고, 제가 12시에 약속이 있는데...나가야 하네요.ㅠ

한 번에 다 쓰려고 했는데.ㅎㅎ

다녀와서 저녁에 또 쓸게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