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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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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사루비아.


BY 민경서 2008-03-26

삐리리링.....삐리리링...

 

천정에 가깝게 위치한 창.

어렴풋이 흘러든 햇살로 인해  방안은 작은 조명하나 비추는듯 하지만..

어두운 방안은 쥐죽은듯 조용하다.

노란 띠벽지 위에 걸려있는 인터폰을 받을 기미가 없다.

 

삐리리링.... 삐리리링....

 

지칠줄 모르는 벨소리에 방안 공기가 흐트러진다.

부스스한 머리가 불쑥 이불속에서 올라오고

작고 오동통한 손이 인터폰으로 다가갔다.

 

"...어흠 ...음..네.에?..."

"살아있네?...일어나... 내려와서 카운트좀 봐라... 수금하러 가야해.."

"..씻어야 하는데... 기둘려...씻고 내려갈께.."

"빨리 하고 내려와.. 바뻐..."

"알았어.."

 

여자는 이불위로 다시 넘어지며 온몸을 쭉 펴 기지개를 펴고는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츄리닝을 걸치고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

 

작은 키에 오동통한 몸에 걸친 츄리닝은 허리와 배에 붙은 군살을 

감추진 못했다.

 

복도를 걸어나오던 여자는 갑자기 멈춰서더니  옆방문에 귀를 갖다 댔다.

 

삐링삐링~~ 삐링삐링~

 

복도 가운데 있는 인터폰이 소리를 낸다.

 

"야!.. 빨리 씻으러 안가고 뭐해?" 인터폰에서 고함소리를 들은 여자는

히죽 웃으며 수화기를 놓고  열린 방문으로 후다닥 뛰어들어갔다.

 

잠시후.

 

1층 카운터로  여자는 청바지와 반팔 티셔츠를 입고  머리에

수건을 두른채로 내려왔다.

 

"주영아... 머리 만지고 화장하고 다 챙겨서 내려오라 그랬지?..

몇번을 말해...어휴..."

 

남자는 여자에게 한마디 던지고는 휑하니 밖으로 나가버린다.

 

1층 로비는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고, 로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형 수족관안에는  어른 팔둑만한 잉어 예닐곱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유흥가 한가운데 위치한 호텔급 모텔 .사루비아.

카운터겸 직원으로 있는 한 주영.

사루비아 지배인인 장준하.

 

주영은 사루비아에 숙식을 하며 낮에는 카운터를 보고 저녁에는

모텔 방 청소와 관리를 한다.

3개월전 집을 나와 사루비아에서 숙박을 하다 눌러앉게 되었다.

 

무작정 가출을 해 유흥업소에 취직할 맘으로 이곳에 왔지만  

선뜻 취업하기가 겁이난 주영은 사루비아에 방을 얻어 노래방 도우미

자리를 알아보기위해 이곳 지배인 준하에게  업소소개를 부탁했다.

 

마침 카운터 일할사람을 찾던 준하는 주영에게 숙식제공과 함께 일자리를

권유했고 3개월째 사루비아 직원으로 밤낮없이 일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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