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다.
시간은 새벽 1시쯤으로 예상이 되었다.
안방문을 향해 어둠속에서 더듬더듬 찾아나간다.
몸이 너무 힘이든다.
거실로...거실로...
나느 사흘만에 다시금 공포라는 것을 만났다.
쇼파에 몸을 기대는 순간 설움이 북받쳐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흐른다.
눈물이 계속 흐른다.
내 남편이라는 악마는 나를 자주 때린다.
무릎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생각을 한다.
'그는 언제부터 그랬던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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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영석이 오빠가 전화국 앞에서 내게 손을 흔든다.
24살 내가 영석이 오빠가 주선한 소개팅에 참석하기 위해 짭은 만남을 가졌다.
오늘의 소개를 위해 아침에 어깨까지 오는 머리카락의 컬을 이쁘게 하기 위해 고데로
말아 고정을 시켰다.
그리고 나의 하얀 피부에 어울릴 만한 붉은 립스틱을 발라 입술을 강조했다.
영석오빠 말로는 오늘 소개 해줄 사람은 세무서 공무원이라고 하는데 무척이나 점잖고
집안이 부유하다고 한다.
9남매의 막내딸인 나는 연로하신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짐을 덜어드리고 싶어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위해 요근래 자주 선을 봐왔었다.
사촌오빠 영석은 성격이 시원해서인지 발이 넓다.
그가 소개해준 사람들중 그리 문제 있어 보였던 사람은 없었지만
적어도 나를 확실히 사로잡는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도 없었었다.
오늘 만날 그는 가덕도 유지의 아들이라는 이야기에 사실 내 마음이 동한것도 사실이다.
잘보이고 싶다.
머리 고데를 얼마나 정성들여 했는지 그는 아마 모르리라...
고려제과라는 빵집에서 영석오빠와 기대로 가득찬 애가 앉아서 그를 기다린다.
제과점 문이 열리고 샤프한 금테 안경에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그가 들어온다.
170가량의 키에 조금 마른 그의 몸은 31세로 보이질 않는다.
속으로 나는 그가 참 잘생겼다며 흡족해 했다.
그 만남이 내 인생의 족쇄가 될줄 그때 내가 알았더라면.....
영석 오빠는 소개만 하고는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고 떠나버렸다.
그가 내게 밷은 첫마디는
"무척 미인이시네요."
난 너무 황홀했다.
"어머...아니에요."
그가 아마 나의 붉어진 볼과 이마를 보았을꺼야....하는 생각에 식은땀이 흘렀다.
"식사하고 우리 가볍게 술이라도 한잔할까요?"
난 술을 전혀 못하는데 그의 샤프한 얼굴의 마력때문이었는지 이내 그러자고 말을 해버렸다.
그와의 식사는 무척이나 긴장이 되었다.
우린 중국 요리집에 가서 쟈스민차를 마시고는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었다.
난 시커먼 짜장면이 무척이나 신경쓰였다.
너무 조심스럽게 짜짱면을 먹었다. 혹시 그에게 흉한 모습이라도 보여주게 될까 싶어
이네 젓가락을 탕수육으로 돌려버렸다.
"영미씨 우리 중국술 마셔볼래요?"
"중국술요?"
"이름이 빽알이라고 하는데 마셔보셨어요?"
술을 전혀 하지 못하는 집안 내력때문인지 그가 말하는 술의 이름이 무척이나
재미있게 느껴져 슬며시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저씨! 여기 빽알 하나 주세요"
"예!"
곧 그가 주문한 술이 나왔다.
조그만 술잔이 무척이나 귀엽다.
한잔 그가 따라주는 맑은 술이 꼭 소주같다.
"근데 성수씨 전 술을 전혀 못해요."
"그럼 마시지 마세요. 그냥 제 술친구나 되어 주세요. 오늘 제가 회사에서 민원인 때문에
스트레스가 좀 있어서요. 그냥 영미씨랑 한잔하면서 털어버리고 싶네요."
그의 말에 건배는 내가 먼저 청하고는 입만대고 잔을 내렸다.
혀끝만 살짝 술에 닿였는데 꼭 덴것처럼 타는듯 하다.
그는 독주를 한잘 들이키고 또 한잔 들이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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