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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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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BY 선유 2010-07-30

  "왜 요즘 그렇게 뜸해?"

  "바쁜거니?.....  그러지 말고 이번주 일요일에 우리집에 놀러 올래?"

  "아.. ... 아니,  이번 주는 안돼 승민아.  내가 전화 할게..."

  정옥은 이유도 말하지 않고 전화를 뚝 끊어 버렸다.

무슨 일이 있는걸까?  그렇게 성가실 만 큼 자신의 교실로 찾아와 예쁜 편지,  엽서등을 건네주던

정옥이가 요 며칠째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승민은 내심 걱정이 되어 진작 전화번호를 받고도

하지 않던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의외로 정옥은 반가워하기는 커녕  정색을 하며 전화를 받는 듯 했다.

승민은 순간 약간 화가 나고 서운한 마음도 있었지만,  오히려 전화통화를 하기 전보다 정옥이가 더욱

걱정이 되었다.   알고 보니 학교에도 거의 일주일째 결석을 하고 있다고 윤주가 귀뜸을 해주었다.

  그래도 승민은 정옥이가 자신과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래서 요즘들어 새로 생긴 고민을 털어놓고 싶었는데..   승민은 잠시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윤주는 친하긴 하지만,  같은 학원에 다니므로 함부로 자신의 감정을 말할 수가 없었다.

분명 그 애는 숙자에게 말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승민은 생각다 못해 정옥에게 편지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늘 하 던대로 편지를 써서 가지고 있다가 정옥이가 학교에 오면 다른 아이들 몰래 주어야지

생각했다.  

   11시간 넘은 시간 승민은 제일 예쁘다고 생각되는 꽃편지지를 꺼내 펜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 서두는 정옥이가 하듯이   to  정옥  이라 썼다.   그리고 ...

        

              별빛이 하얗게 내리고 있는 지금,  11시가 지나가고 있어.   밤공기가 아주 서늘한 것은 알고

           있지만,  나는 창문을 아주 조금 열어났어.   폐까지 스밀만큼 찬공기가 한꺼번에 밀려와 숨이 막힐

           지경 이지만,  그래도 이 밤공기는 내 영혼을 맑게 하는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아.

           네게 무슨일이 있는지 걱정이 되기도 해서 오늘 낮에 전화 했었잖아 그런데 네가 금방 그렇게

           끊어서 사실 많이 서운했어.   그래서 사실 지금 이 편지도 쓸까 말까 많이 망설였어.... 그리고

           정말 네게.... 아주... 그래선 안되겠지만,   혹시라도 나쁜일이 있어서 그런거라면 내가 이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네가 무슨일 때문에 그런건지 나중에 꼭 얘기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어.

            

               정옥아 사실 말하기 좀 쑥스러운 일이지만,  너에게는 왠지 털어놓고 싶어.   너도 알다시피

            나 요즘 학원에 다니고 있잖아.   그런데 그곳에서 좀 문제가 생겼어.....

            그건 말이야   .....   내가 학원선생님 한 분을 너무 좋아해.....

            그 선생님은 키도 크고 얼굴도 아주 미남이야.   그리고 뿔테 안경도 썼어.

            선생님은 모든 문제에 통달 한 사람 같아,   어떤 문제든지 쉽게 예를 들어서 설명을 너무 잘 하시니까...

               어제는 글쎄,  선생님이 수업중에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나와서 문제를 풀라고

            하시더라.  물론 쉬운 문제였지만,   다른 아이들이 나를 부럽다는 듯이 쳐다봐서 나는 얼굴이 너무

            빨개진거 같아.   사실 학교에서도 늘 있는 일인데....    어제는 정말 이상하게 떨리더라.

            문제를 다 풀기는 했는데,  사실 어떻게 식을 세워 풀었는지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어.   단지 선생님이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웃으셨던 것 밖에는....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때 부터 내가 좀 이상해진것 같아.

            어디에 있어도 자꾸만 그사람 생각이 나.   혹시  너도 그런적  있니?   그리고  문제는 선생님도 나를

            좋아하는것같아  더 마음이 쓰여. 선생님은 총각 이거든.  

                가끔 선생님은 수업도중에 내 어깨에 손을 얹거나

            또 내 손을 만지기도 해.   근데 그런데도 난 뿌리치지 못해.   왜 그럴까?   선생님이 옆에 오면....

            글쎄,  가슴이 마구 뛰고....

       

     

   승민은 여기가지 써내려 가다가 더이상 어떤 표현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리고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더이상 편지를 쓸 수가 없었다.    파란점퍼가 가 버린지 3개월만에 생긴일이다.   파란점퍼는 결혼한 유부남

이었다.  그러나 그가 유부남 이건 어쨌건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어차피 그를 좋아한건 사실이지만

그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고,   그리고 지금와 생각해 보니 승민의 사랑은 사랑 자체의 감정, 즉 자신의 그런

현재의 감정을 더 사랑했었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선생님에 대한 감정도 나중에는 그렇게 정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와 좀 다른것이 있다면,  승민뿐만 아니라,   그도 승민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다.   승민은 그것을

느끼면서부터 더욱 그에게 자신이 몰입되고 있음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다쓰지 못한 편지지를 보며 승민은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한 장도 다 채우지 못 한 이 편지를 과연 정옥에게

부쳐야 할까?   이 편지를 읽으면 정옥은 또 어떤 답장을 보낼까?    그런 지루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승민은

이내  한 날의 피곤이 밀려왔다.   스르르 눈꺼풀이 잠겨 더이상 편지를 이어 나랄 수가 없었다.

승민은 어느새 잠속으로 빠져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