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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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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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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번째 여인


BY 강미숙 2006-10-18

그녀는 또랑또랑하게 책을 읽었다.

'아버지가 무슨 상관이야' 속으로 되뇌이며 읽는 책은 사실 그다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대지주에서 독립운동 자금 대느라고 사실상 많이 팔아먹은 땅만큼 외고집의 성향을 가진분이었다. 팔아먹은 땅의 대가는 벽에 걸려있는 독립운동을 치하하는 대통령의 상장. 그러나 그것을 보노라면 '대단한 집이구나!'라고 느낄만큼 위엄이 있다.

그런 그녀의 아버지는 대쪽같은 성격에 농사일도 엄격하고 유교사상도 투철한데 문제는 여식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녀가 설득하고 설득해도 결론은 하나.

"계집이 공부 많이 하면 팔자만 세니, 얌전히 집안일 도우며 동생들을 돌봐야지... 쯧쯧"

 

글자는 익혀야 한다하여 초등학교는 졸업했으나 중학교를 진학하여 소꼴베기싫어 책이라도 읽을라치면 동네에서 명망있는 아버지의 한소리.

"일을 안한자는 먹지도 말라 했거늘 어여 가서 어머니 도와 참좀 준비해라."

 

그녀는 어머니를 졸라 담으로 책보따리를 던지게하고 밖에서 받아 겨우겨우 중학교를 마쳤으나 아들 둘을 가르쳐야 하는 아버지로서는 더이상의 봐줌이 없었다.

 

그 시절는  그 마을에서는 방직공장 취직이 여인으로서 가문의 영광(?)이었으니 친척의 빽을 동원하여 방직공장에 취직할 수 있었다. 돈버는 재미를 느낀 그녀는 10cm힐도 사고 맵시를 뽐내는 옷도 사며 일은 힘들지만 새로운 세상을 보는 재미에 힘든줄도 몰랐다.

공부는 포기했고 바느질이 후에 도움이 되리라 믿었던 그녀는 양장이나 한복을 배우려 학원도 기웃하고 하던 그녀는 어느새 25세가 되었다.

 

고향만 내려가면 결혼하라고 성화를 하는 터에 이리빼고 저리뺐는데

25세 되던 그 해 설상가상 추석때 모은 돈으로 부모님선물과 용돈, 동생들 선물을 준비하고 버스타고 가다가 버스가 전복하는 사고를 당한다.

정신차리고 눈을떠서 제일 먼저 찾은것은 '흑흑... 내가 번 돈...'

부모님께 당당하게 드리고 싶어 감추고 감추다가 봉투에 넣었건만...

아버지는 그 사고로 얼마 남지않은 땅을 파셨다. '다시 사면 되지...'

 

그러더니 월남다녀오면 다 부자라는 소문을 어디서 들었는지 사진한장 달랑 보여주고 결혼은 안하겠다고 도망가려는 그녀를 붙잡아 선한번 보여주더니 2달뒤에 날을 잡았다.

 

연애? 그녀는 그것이 뭔지 모른다. 시골처녀가 서울로 상경하여 돈맛만 봤지 연애를 해봤어야지... 아끼고 쓰고 양장을 배울까 기웃하고...

 

그녀의 운명이 사진한장에 180도로 바뀔 줄이야.... 

25세의 그녀는 사진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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