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작된 싸움이다. 눈물은 보이지 말아야지.
그런 야무진 생각은 물거품이 되어 버린지오래다.
목소리 마저 떨리고 있다.
아직도 서투른 말 솜씨.
10년을 살았지만, 여전히 남편과는 감정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빨리 나오라니까. 못 알아 들어!> 아니 그건 아니다. 남편의 신경질적인 말투가 듣기 싫을 뿐이다. 아이가 둘 되면서 부터 신경질적인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밤 일이 제대로 안 될 때에는 더욱더 그랬다.
그 부분에 있어 서로 의사 타진을 하긴 했지만,
사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다.
머리를 감을 생각 까지는 없었지만 ,
속으로 불만을 토하는 사이 세수대야에 이미 머리를 처
박고 말았다.
남편은 이제 아주 참기 힘든 심호흡을 내 뱉으며, 욕지거리를 해 됐다.
왜냐고 묻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그냥 갈때까지 가 보자는 심사가 생겼다.이삿날부터 뒤틀린 심사가 계속 꼬리를 물고 약간의 언쟁 거리만 있으면,
보란듯이 화를 냈다.
많은 융자을 끼고 집을 사는 것이 꽤 많은 스트레스를 준 것 같다.
하지만 이제와 어쩌랴....
남편은 그날 백만원 상당의 물건을 도둑 맞았다.
<하필, 비가 억수로 퍼붓는 날, 이삿날을 잡을게 뭐람....>
정신없이 아이들 챙기며 왔다가는 하는 사이 도둑은 이미 물건을 챙겨 도망갔다.
그 사실을 안 남편은 비가 오는데도 빗길에 달려나가 집집마다 기웃 거리며 물건의 행방을
알려고 했다.
아연실색한 남편을 보고 이삿짐 센타 사람들은 짐을 옮기는 도중 물건을 들고 가는 사람을
보았다고 했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집 주인인것처럼 말을 했다고 한다.
나중에 여러 사람의 말을 종합해 보니 그는 바로 이사올 사람이 보낸 지물포 주인 으로 심중
이 굳혀졌다.
급기야 이삿짐 센타 사람과 남편은 그 지물포에 갔다.그는 그들이 본 그 사람 이었지만, 이미 옷은 한 벌 짜리 다른 옷으로 갈아 입고 있었다.
그리고 큰 소리를 치며 심하게 발뺌을 했다.
남편은 속이 쓰렸지만, 그렇다고 또 뭐라 말도 하지 못한 채 , 모든 잘못을 내게 뒤집어 씌우
듯이 면박을 주며 화를 냈다. 그것도 못 보고 뭐 했냐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무척 화가 났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그냥 화내는 것을 받아 주었다.
<그래도 집을 사서 이사를 하는 날인데, 좀 참아요.> 했지만,
남편의 언사는 참으로 폭언에 가까왔다.
어느덧 이삿짐은 다 실렸고, 대구오일이 새는 남편의 차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이제 한 바탕 해야 할 때가 왔다.
속으로 생각한 나는 최고의 볼륨을 높여 쏘아댔다.
<당신이 잘못 해놓고, 누구한테 큰소리야! >
<차 핑계대고 아침에 늦게 온게 누군데ㅡ에>
<그렇게 중요 한 거면 미리 갖다 놓든지.....>
남편은 약간 당항한 듯 했지만, 여전히 욕을 해대며 큰소리를 쳤다.
<아뿔사! 내가 이런 인간하고 결혼을 했다니....>
화가 머리 끝까지 났고, 남편의 뒷덜미 쳐다보는 것 조차도 속이 뒤 틀렸다.
비는 어느덧 그쳤지만, 내 가슴엔 더 많은 얼음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집 하나 장만하고, 이렇게 남편의 무식을 견디어 내야 하는 여자의 인생이라니....
아! 참으로 비운의 날이로구나!>
<그러나 어쩌랴! 나는 좋기만 한걸..... 누가 이 행복을 빼앗으랴... 히히히>
머리에 수건을 감은 채 눈으로 남편을 째리며 무슨 용건으로 채근 하는 것인지 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