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랬듯이 서해안 바닷가는 지칠줄모르는 파도를 내뿜고 있었다.
그런 파도를 바라보며 끝이 없는 괴로움과 외로움에 지쳐 쓰러져있을때 만난 사람은 수정이었다. 나의 단 하나밖에 없는 친구 김수정. 나는 그런 수정이와 함께 서해안 바닷가에 앉아 같은곳을 바라보고있었다.
"수정아..요즘같아서는 정말 살기가 싫어진다.. 계속 눈물만 나고, 내가 왜 이런지.."
"무슨 고민있어?"
"그냥.. 가난한 우리집도 싫고 부모님도 싫고 동생들까지..모두다 나에겐 짐같애."
"....."
수정은 움크리고 있는 나의 어깨를 토닥였다.
"많이 힘들구나? 동생이 요즘도 속썩여?"
"카드빚을 졌어..여동생이..자그마치 이천씩이나. 그걸 엄마가 갚아야한다니.."
"그랬구나.. 요즘 카드빚지는 사람이 꽤 많다더라..네 동생만 그런거 아니야..그래서 속이 많이 상했구나? 요즘 회사는 어때?"
"회사도 그만그만하고.. 월급이 가끔 늦기는 한데 밀리지는 않아.. 그나마 다행이지.."
나는 발밑에 있는 조개껍질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조개들은 참 좋겠어. 저렇게 단단한 껍질로 자신을 보호할수 있으니까. 나도 저런 껍데기가 있으면 이럴때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는건데..그렇지?"
"너도 내가 지켜주고 있잖아. 나같은 친구 있어? 내가 힘든 얘기 다 들어주지, 기분도 풀어주지, 밥도 사주지.. 나같은 친구 있어서 참 좋겠네..물론 나도 너같은 친구가 있어서 참 좋고."
"나도 너같은 친구가 있어 참 좋아.. 너 때문에 내가 웃는거 같아."
수정과 나는 백사장을 올라와 식당이 빽빽히 들어와 있는 광장으로 향했다. 수정의 차는 광장 아래 주차장에 있었기 때문에 한참을 걸어야했다.
"사람들 참 많네. 이렇게 많은 사람들중에 우리가 있다는게 행복하지 않니?"
"넌 참 사소한데서 행복을 느낀다더라..내가 보기엔 별로."
"긍정적으로 산다는건 좋은거야. 너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기집애.. 또 모범생처럼 그렇게 얘기하네. 너 그럴때마다 정이 팍팍..붙는거 아니?"
나는 수정의 얼굴을 보며 큭큭거리다가 앞에서 오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부딪히고 말았다.
"괜찮아?"
수정이 걱정스런 얼굴로 물어보고 나는 인상을 쓰며 앞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덩치가 꽤 있는 비슷한 또래의 청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