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꽃지 부동산 입니다.
아침부터 주룩 주룩 내린 비로 손님은 커녕 가게앞을 지나가는 개 한마리 보이지 않더니
두시가 다 되어서야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 부동산이죠?"
"네~ 말씀하세요"
" 어? 너 누구니? 엄마 바꿔라"
"네?.... 여기~ 부동산 인데요~"
" 아~아 준이엄마유? 아이고 할때마다 햇깔린다니까 하두 목소리가 어려서..."
"나야~ 118동 205호~"
"아~ 안녕하세요? 최여사님"
"요즘 어때~? 찿는 사람좀 없우?"
" 사모님 요즘 정부 발표때문에 관망하시는 분들 뿐이네요.....
한참을 수다 섞인 최여사와의 통화를 마치고 나니 없던 기운이 더 없어져서 땅으로 쑤~욱
들어가는 느낌마져 든다.
"휴우~"
실업학교를 졸업하고 쭈~욱 다니던 금융권에서 결혼과 동시에 그만두고 살림만 하고 아이만 키우다가 장남에게 시집간 죄로 시골에계신 연로하신 시부모님 생활비며 커져만 가는 아이들의 사교육비며 빠듯한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르자 나는 큰맘먹고 생활전선에 뛰어들기로 작정하였다.
처음에는 그저 아이들 학습지 비나 벌어보겠다는 욕심으로 여기 저기 일자리를 구해 보았지만 이제 서른이 훌쩍넘어 마흔을 내다 보는 " 아줌마"에겐 할 수 있는 일이 식당설거지 아니면 건물 청소용역,파출부 밖에는 없었다. "
실업학교를 졸업했고 그래도 금융권에서 10년이상 근무 했으니까 작은회사 경리는 될거야 " 하는 기대는 그야말로 그냥 기대로 끝나고 만 것이다.
"여자가 밖으로 돌아 얼마나 버냐"며 툴툴거리는 남편을 달래가며 나는 없는 돈에서 금쪽같은 거금 오백만원을 들여 월세로 아동복코너를 작게 시작했다.
그래도 "루마패션"이나 "남싸롱" 제품으로도 아이들 옷 맵씨 좋게 입힌다는 동네 아줌마들의 칭찬에 힘받아 용기를 냈던 건데 손바닥 만한 동네에서는 잘되어도 본전(월세겨우나오고 학습지 값 도 겨우 나옴) 못되어도 본전(월세만 겨우나옴) 이었다.
아침일찍일어나 남편출근준비며 아이들 등교준비 마치고 집에서 차타면 오분거리인 지하철역까지 남편을 바래다 주고 집에 들어와 아이들 등교시키고 집안정리며 설거지 할 겨를도 없이 가게에 나가면 정말 내일 새벽에 남대문시장에 나가 물건 받아올 기력도 없을 지경이었다. 가게문 닫고 집에가면 또 쌓여있는 일들 일들......
이렇게 인건비도 안나오는 가게를 계속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고 있던 어느 여름 , 우리 상가에서 유일하게 잘 나가던 부동산에서 안면이 있는 꽃지 엄마가 커피한잔 하자며 넌지시 제의를 해 왔다.
"준이 엄마 이렇게 장사가 안되서 어째?"
"그러게나 말예요."
" 저기 그럼 그러지 말고 가게 접고 우리랑 일해 볼래요?"
" 제가 뭐 부동산에 대해서 알아야지요."
"아이~ 누군 첨부터 알고 시작했나뭐?"
"그래도 두분이 하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