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은 길을 건너려다 붉은 신호등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하얀 명찰이 발치에 떨어져 있었다.
이 용희란 이름이었다. 아마 시경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맞은편에 위치한
k고 학생의 것으로 짐작되었다.
못본체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무심히 주워서 필통에 넣었다.
1교시가 제일 싫어하는 수학시간이 되어 지루함에 손장난도 하다가 필통속에 들어 있던 명찰을 꺼내 볼펜으로 까맣게 칠하기 시작했다.
시경은 선생님이 다가오는 줄도 모를 만큼 그 일에 열중했다.
" "
수학 선생님의 특유의 목소리에 놀라 시경은 그만 잡고 있던 볼펜을 땅에 떨어뜨렸다.
"수업끝날 동안 복도에 두 손들고 서 있어"
" k고 생하고 사귀나본데 그러니까 공부도 못하지?"
비웃는 말투, 실룩이는 입언저리, 반짝반작 빛나는 대머리를 보며 시경은 문득 솟구치는 살의를 느꼈다.
그 동안의 삶속에서 개미 한마리 죽여 보지 않았는데 ..
수학선생의 얼굴이 마치 유리컵이라기라도 하듯 와자작 깨뜨려버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