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은 심각하게 고민중이였다. 노비 말고도 이런저런 경로를 거친 이야기는 재희에게 아주 안좋은 이야기들 뿐이었다. 임신을 한 재희를 발로 걷어차서 마당까지 굴렀다는둥. 본처의 패악질이 극에 달해 먹는 음식에까지 손을 썼다는둥. 현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다. 재희의 남편인 그 기름진 남자는 주색에 빠져서 이미 재희에대해 아무런 관심도 가져주지 않고 그저 가끔씩 심심할때마다 한번씩 재미삼아 두들긴다는 그런 이야기까지도 들렸다.
현은 어느날 의관을 갖추었다. 황급히 집을 빠져나가는 현을 노비가 붙잡았다. "도.. 도련님. 어디가시옵니까. 혹시.. 아니시지여? "아뭇소리 말아라. 내 재희를 구해올것이니"
바람처럼 사라지는 현을 향아는 그저 눈물로 지켜볼 뿐이었다. 역시나 예감이 좋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예감이 틀리기를 간절히 바랄뿐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살아있는 현을 볼수 있을까.. 차라리 두사람이 어디론가 도망이라도 친다면...
"너무 슬퍼여.. 그래서 어떻게 됬어여?" 향아는 얘기를 하며 울고 있었다. "그때부터 내 소원은 두사람이 잘되길 비는것이였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사람의 행복을 지켜보는게 내가 누릴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란걸 알았던 거야. 그래서.. 열심히 기도했거든.. 아주 열심히.. "
도시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사람들은 정신없이 비를 피하기에 바빳다. 갑자기 내리는 비는 주로 정령들의 눈물일때가 많다. 물론 우연한 자연현상일때도 있지만...
주색에 빠져있다는 재희의 남편은 주로 집에 없었고 주변을 배회하다가 극악스런 본처가 시녀를 거느리고 빠져나가는것을 확인했다. 점심때가 지나서인지 주인들이 집을 비운 이때를 노린탓인지 노비들도 낮잠에 빠져있었고 집은 황망할정도로 조용했다. 담을 넘어 들어온 현은 주변을 면밀히 살펴보고 안심했다. 재희가 있는 별채는 을씨년 할정도로 스산했다. 문살에 살짝 비치는 낮 그림자로 보아. 재희는 자지않고 앉아있었다.
현은 다급하게 문을 열었다.
"오.. 오라버니 어쩐일이십니까?" 얼떨결에 재희가 반가운척을 하다가 자신의 얼굴을 황급히 가렸다. 현이 살펴보니 온몸이 말도 안될정도의 상처를 입었다. 현은 눈물이 났다. 하지만 슬퍼할 시간도 없다. 어서 재희를 데리고 나서야 한다.
"가자. 어서 가자. 그냥 우리둘이 있을곳으로 가자. 무지랭이 농부가 되서 농사지으면서 살자. 니가 싫대두 내가 널 업고라도 갈것이니." "오라버니..안됩니다" 재희는 울고있었다. "이제 니말 안들을거다. 강제로라도 널 끌고갈것이니. 어서 가자. 시간이 없다." 현의 마음이 급했다.
그때 갑자기 문이 버럭 열렸다. 남자였다. 남자는 술에 취해 더욱 살기도는 눈빛으로 둘을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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