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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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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기억


BY 이림엄마 2003-07-21

"야!!! 너 일루 와!!이런 개 같은 년아!!!

 뭐?술 그만 마시라고??그게 남편한테 할 소리냐?

 니까짓게 어디서 감히 그런 말을 나한테 해!!엉?

 이런 썅!!!"

"여보!!!잘못했어!!그만 때려!!!다신 그런 말 안 할께!!!

때리지만 마!!!"

"니같이 싸가지 없는 년은 쳐 맞아야 정신 차려!!

개같은 년아!!!남편이 안 들어왔는데도 쳐 자고 있질 않나.

남편한테 술 마시지 말으라고 하질 않나!!!

너 한 번 죽어봐라!!"

 

오늘도 나의 아빠란 사람은 술을 마셔 시뻘개진 악마 같은 얼굴을 하고 들어와서

너무나도 약한 엄마를 개 잡듯이 패고 있다

젠장....

공포 중에  이런 공포가 또 있을까,,,,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아빠가 술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다

나와 내 동생들은 방안에 갇혀 숨소리 한번 제대로 낼 수가 없다..

한숨이라도 쉬다가 아빠 귀에 들리기라도 하면 죽고싶을 만큼 맞는다..

벗어나고 싶다...

엄마를 때리는 저 인간을 언젠가는 내 손으로 죽이고 말리라..

하느님...

하느님...

저 인간을 데려다가 지옥으로 보내주세요...

영원히 두들겨 맞는...

죽고 싶지만 죽을 수도 없게....

고통을 주세요....

저 인간을 갈기갈기 찢어주세요...

 

뭔가 깨지는 소리에 놀라 나도 모르게 거실로 뛰어 나갔다

술이취해 악마같은 얼굴을 한 아빠가 엄마를 향해

도자기를 던지고 있었다

엄마는 자포자기한 듯..차라리 죽이라는 듯

맞다맞다 지쳐서 눈물도 안 나오는 표정으로 그렇게 피하지도 않고 앉아 있었다

엄마의 주위에는 유리 파편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아빠라는 인간은 엄마를 향해 입에 올리지도 못 할 더러운 욕들을 퍼부으며

엄마를 향해 도자기를 날리고 있었다

 

너무 놀란 나는 엄마를 구하기 위해 엄마에게 향했다

엄만 나를 보고는,

"혜주야!!들어가!!오지 마!!"

라고 소리를 지르고

아빤  나까지 때리려 다가온다

나는 공포에 부들부들 떨며 엄마에게 다가온다

순간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눈에서 빛이 난다

그리고 비꼬는 듯한 아빠의 목소리는 나를 향해 이렇게 말 하고 있었다

"개 같이 더러운 년들아,,,한 번 느그들 나한테 디져 봐.."

나는 필사적으로 엄마를 일으켜 세우고 부축하며 내 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깨진 유리 파편을 언제 밟았는지 거실 바닥에는 내 발에서 나온 피로 길다란

선을 그리고 있었다.

아빤,내 피를 보고서는 그제서야 약간 정신이 들었는지,

"혜주!!거실 치워!!"

하고서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는 드디어 이 지옥 같은 상황이 끝난것에 감사하며

유리 조각을 치운다

자꾸 방에서 나오려는 엄말 잡아두라고 동생들한테

일러두고,,

나는 유리 조각을 내 마음속에 박는다

 

왜 우리 집은 남들처럼 화목하지가 않는걸까..

왜 아빠는 술만 마시면 엄말 때리는 거지??

학교에서 돌아와서 엄마가 집에 없으면

제일 먼저 엄마의 옷장부터 열어본다

아빠가 술 마시는 날,우리 집은 지옥이 된다

저승에 있는 지옥이라는 것은 상상일지도 모른다

정말 지옥은....

우리 집이다....

 

벗어나고 싶지만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 내가 뭘 할 수 있었을까..

난..지옥에서 태어났다

철이 들면서부터 엄마가 맞는 것에 대해 공포란 감정을 알았고

내 나이 다섯살때 자다가 술에 취한 아빠한테 뺨을 맞고 코피가 터져

엄마가 울면서 방에 있던 걸레로

피를 지혈해 준 일은 아직도 생생하다,,

어쩌다가 같은 반 친구한테 맞고 들어오기라도 하는 날엔

아빠에게 두 배로 더 맞아야 했다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

나는 그토록 증오했던 아빠를 그대로 닮아가는 나를 보게 되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토록 미워하고 증오하던 아빠를...

언젠가는 내가 꼭 죽이고 말겠다던 아빠를....

똑.같.이...

큰 딸 아니라고 할까 봐

그렇게도 똑같이....

무섭도록...

닮.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