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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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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BY 해바라기 2003-07-05

남영의 통장에 미순의 이름으로 서너 번 입금이 되었다.

그리고 연락이 끊어졌다.들러리중 고객인 윤숙이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긍께~,나도 연락이 안되네~."

한 때는 수산물로 명성을 날리던 여수가 쥐포 공장이 문을 닫고,여천 산단에서는 구조조정으로 인구 수가 줄어 그야말로 힘들다는 사람밖에 없고 그만큼 사채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사채 왕초보인 남영은 그때만해도 동사무소에 그 동의 약도가 그려져 있다는걸 모르던 터라 물어물어 주소를 찾는 원시인방식대로 장사를 했다.

미평

1천5백의 전셋집

시골의 흉가를 방불케하는 이상한 집

아들과 딸도 그녀의 행방을 모른다고 했다.

부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옴팍진 곳에서 겨우겨우 내려 오는데 고향 남자 후배가 지나 갔다.

"지원아! 나좀 나좀 도와 줘"애원에 가깝게 지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누나가 여긴 웬일이냐며 누나같은 사람에게 도움이 뭔말이냐며 후딱 가버렸다.

`그렇지 지원인 내가 어찌 됐는지 전혀 모르지`

그랬다. 사채 장사를 사람으로 안 보던 남영이었다. 상상조차 할 수없는 욕과 거칠음,고리의 이자.

상대의 입장이나 다양하게 살아 가는 여러 모양의 사람들을 이해조차 하지 않을려 했던 지난날들이 너무 부끄러웠다.

딸년 아들놈 키우는 에미는 화냥년 욕 못하고 도둑놈 욕 못 한다는 말도 있질 않은가?

남영이 그 죄를 다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구둣방 수금 때문에 겨우 정신을 차린 남영은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열달도 안 채우고 애기가 나와요?"구두약이 여기저기 묻어 있는 민수의 얼굴을 보고 놀라워서 대꾸했다.

 

아무것도 준비안된 민수와 그 처를 보니 미치고 환장할것 같아 그길로 기저귀 분유 쇠고기 미역을 대충 챙겨서 민수네 옥탑방에 내려주고 오는 실수를 했다.

 

이상했다. 도무지 알 수없는 채무자들의 심리

마음을 써 주면 써 줄수록 돈을 떼어먹는 아주 이상한 심리를 남영은 그때만 해도 몰랐던 것이였다.

민수도 그랬다. 1만3천원 수금 갈려면8천원어치 민수네 6살난 아들에게 먹을걸 사다주자 민수는 일부러 수금을 안 해주었다.

"전생에  죄가 많아 이 힘든 사채를 하는가봅니다."

남영은 넋나간 사람처럼 중얼중얼 외우고 다녔다.

 

남기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누님!미평의 미순이 그년 전세 계약서 받고 돈줬소?"

"으~응, 왜?"

"아따 누님도 당했구만요잉`"

"날라 버렸어?"

"뭘 그래갔고 돈장사한다고 덤비요, 정보! 정보를 알아야지.거기 어디요, 차 있는 내가 갈랑께"

부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나올때만해도 눈금만큼이나마 미순의 인격을 믿었었다.

순하고 열심히 아주 열심히 산다는 들러리들의 말과 폼새가 사기꾼 모습하곤 전혀 다른 얌전한 가정 주부로 보였였다.

"집주인이라는 그 놈이 미순이 가따리 서방이다요.허허~."